수많은 일을 처리하면서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저와는 다른, 타고나길 우수한 유전자를 타고난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리추얼>이라는 책을 보니, 세계적인 천재들도 일상 속에서는 우리랑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그런 훌륭한 분들과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걸까요? 가능하다면 그분들을 졸졸 쫓아다니며 하루 종일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박완서 선생이 있습니다. 아이를 다섯이나 키우면서도 옷도 만들어 입히고, 밤새 연탄불을 갈아가면서도, 이불에 풀을 먹여 시침질해 홑청을 바꾸며 마흔에 소설 <나목>으로 등단했습니다. 그 후 40년 동안 대단한 생산성을 가진 생활인이셨어요. 얼마나 바지런하고 총명한 분이면 그 와중에도 거의 매해 책을 쓸 수 있는 걸까요. 하루만이라도 곁에서 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민식 PD의 책을 보니, 이 분은 한 번에 한 가지가 아니라, 한 번에 두세 가지 일을 처리합니다. 설거지하며 영상을 보며 공부를 하고, 길을 걸으며 귀로는 영어를 듣고, 입으로는 말을 하고요. 업무를 한 가지씩 직렬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여러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는 병렬식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어요. 오랜 시간 수련으로 몸에 배어 든 습관이 아닐까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우리가 반복한 행동의 결과물이다. 뛰어나다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라고 했어요.
살아가는 습관, 생각하는 방식은 몸에 스며 잘 떨어지지 않아요. 몸에 배어든 것은 머리카락이나 손톱처럼 가만히 두어도 자라는데, 좋은 습관으로 가다듬으려면 의식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행동을 수정하는 반복 훈련이 필요합니다. 어느 날 무의식의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드디어 습관이 된 것인데, 문 살살 닫기, 그릇 소리 나지 않게 내려놓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침대 정리하기 등의 과목이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돌보는 식물들
식물을 키우는 데에도 물 흐르듯 익혀야 하는 몇 가지 습관이 필요합니다. 무의식에서 자동 반응하도록 훈련해 두면 수월해요. 운전을 연상해 보세요. 시동을 켜고 자연스럽게 핸들을 움직이는 것처럼, 이미 손이 나가 움직이는 상태를 말해요. 노란 잎이나 시든 잎을 봤을 때, 노랗구나 하는 순간 이미 손은 그 잎을 따고 있습니다. 양치를 하먼서도, 지나가면서도 시든 잎을 따거나 잎의 먼지를 닦아줍니다.
벌레를 발견했을 때는 손으로 문지릅니다. 손에 닿는 벌레의 느낌이 꺼려진다면 장갑을 끼고 문질러도 좋아요. 비눗물에 적신 면장갑을 끼고 잎을 문질러 주면 해충을 친환경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요. 비눗물 속 계면 활성제가 벌레가 잎에 달라붙는 걸 방해해 해충의 개체 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요.
식물이 해를 향해 한 방향으로 서 있으면 줄기가 빛을 향하며 휘어집니다. 식물은 해가 나는 쪽으로 가지를 뻗고 잎을 틔우는데, 본능대로 자라도록 그냥 두면 휘어지고 한쪽만 잎이 무성해져 모양이 덜 예뻐져요. 조금 휘어지는 건 큰 문제 없지만, 계속 두면 한쪽 방향으로 잎이 많이 생성되어 무게가 무거워집니다. 줄기가 휘어져 성장을 방해합니다. 식물은 줄기를 똑바로 세우는 데에 자기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그럴 땐 식물 화분을 햇빛 반대 방향으로 돌려주는 게 좋아요.
실내 쪽으로 풍성한 잎이 보이게 하고, 상대적으로 잎이 듬성한 부분이 해를 바라보도록 돌려줍니다. 가끔 한 번씩 식물 얼굴을 해 반대편으로 돌려 반듯하게 자라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반대편은 해를 따라 풍성하게 자라고 있어 대부분 돌려놓으면 실내에서 더 예쁜 모양을 볼 수 있어요. 화분을 돌리면서도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사실 식물에게 더 좋은 일입니다. 반복되면 습관적으로 손이 튀어나갈 거예요. 저는 저도 모르게 남의 집 화분을 돌리다 화들짝 놀라 손을 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계속하는 것. 묘약도 없고, 요행도 없어요. 그렇게 인정하고 ‘잘 하든 못 하든 그냥 매일매일 하자.’ 생각합니다. “다 맞았어?” “1등 했어?” “이겼어?”도 지우개로 박박 문질러 지워도 좋습니다. 우리는 그저 어제의 나보다 쌀 한 톨 만큼만 나은 사람이라도 좋아요. 하루하루 제 에너지의 남은 한 방울까지 완전히 연소한 날, 잠도 푹 잘 옵니다.
'[시사&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인 의지로 치료 힘든 ‘알코올 중독’, 전문적 치료 필요! (16) | 2023.12.22 |
---|---|
공사 공단 일반상식 휴대용 요약집(3) (20) | 2023.12.22 |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 우선매수권 간단 정리 (18) | 2023.12.22 |
춘곤증인 듯춘곤증 아닌 너 (22) | 2023.12.22 |
당신도 동학개미..? 대체 주식이 뭘까 (17) | 2023.12.22 |